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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25 120618_블루 발렌타인 4
The Movie2012. 6. 25. 00:06

 

 

2012. 6. 18. PM 8:00 아트하우스 모모

 

이영화는 사실 극장에서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었다. 상영관도 많지 않은데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상상마당과 아트하우스 모모, 그리고 회사에서 가까운 메가박스에서 그래도 하루에 한두타임이나마 꾸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언제든 맘만 먹으면 볼수 있을것같은데 막상 시간을 맞춰보면 어긋나서 계속 다음에..다음에..하다가 겨우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은 아무런 약속도 없던 월요일 저녁.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중의 하나인 라이언 고슬링이 나오는 뭔지 모르지만 여튼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라는 사전정보만 가지고 들어간 극장에서의 두시간은..무거웠다. 삶의 무게가 느껴졌기 때문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했던 두 사람에겐 너무나도 가혹하고 무거운 삶의 무게가..'레볼루셔너리 로드' 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는 영화다.

 

첫눈에 반한 두근거림과 솔직한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과거와, 그렇게 맺어진 이후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가며 이미 식어버리고 감정의 골이 생겨버린 현재를 교차편집하면서 각각을 무서우리만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연애시절은 아름다움과 기쁨에 포커스를, 그리고 결혼생활은 짜증과 슬픔에 포커스를 충실하게. 남과 여, 과거와 현재 어느쪽의 편도 들어주지 않고 어떤식으로도 엮어주지 않으면서 그저 관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과거는 과거. 현재는 현재. 과거의 사랑이 아름다웠던 것은 시궁창같은 현실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쪽이. 아름다운 사랑보단 슬픈 현실이 보다 공감이 갔다. 난 썩었어.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 - 구체적으로 그 상황을 묘사하지 않았어도 - 이미 영화속의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살얼음을 밟는듯한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을 지나면서 더이상 치유될 수 없는 상처가 생겨나 버린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절절히 느껴졌다. 굳이 과거의 연애와 대비시키지 않더라도. 감독은 결론을 짓지 않았지만 영화가 더 진행된다 하더라도 두사람의 재결합은 쉽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이건 썩어버린 내 생각일 뿐이고, 그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

 

결론은 사랑만가지고는 결혼 못해! 인가. 이 무슨 사랑과전쟁스러운...물론 그게 감독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여담이지만 영화 보고 난 후에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인터뷰를 읽어봤는데, '추함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라는 앤디 워홀의 말을 인용하더라. Ah..딱인데? 그리고 과거는 수퍼 16밀리 카메라에 100% 핸드헬드, 반대로 현재 시점은 HD 카메라를 고정해 둔 채 촬영했다고 한다. 가만보니 이영화. 건축학개론과 닮아있다. 감독의 첫영화이며 수년간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는 제작자가 없어 수정에 수정을 거친것,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교차방식.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예고편에도 나왔지만 딘의 기타반주와 우스꽝스러운 노래에 맞춰 쇼윈도 앞에서 탭댄스를 추는 신디. 그리고 엔딩크레딧 좋다. 혹시 이후에 이 영화를 보러갈 사람이 있으면 꼭! 엔딩크레딧까지 보고 나오길..

 

아 그리고...현재의 라이언 고슬링..웬지 김상억이랑 닮았어 굉장히..얼굴뿐만아니라..

Posted by Driftw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