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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9 090423_Happy Toghther
The Movie2009. 4. 29. 00:19


2009. 4. 23 PM 8:40  허리우드클래식

무삭제라 했지만 진짜 무삭제는 아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98년도의 그 난도질된 개봉판에 비교할순 없지.
11년의 시간. 그때 용납되지 못했던것들이 이제와서 빛을 본다고 해서 지금이 그때보다 낫다고 말할수 있을까.

내내 먹먹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11년 전에도 마찬가지로 먹먹했던것 같다.
살면서 담배에 강하게 끌렸던적이 몇번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본 직후도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랬다.
두사람은 영화내내 눈이 매울정도로 담배를 피워댄다.
아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보영은 담배를 사러갔고
그런 보영을 붙잡아두기 위해 아휘는 넘쳐날정도로 담배를 사왔다.

왕가위감독 영화에 흔히 볼수있는 택시안에서 어깨를 기대는 저 장면에도 어김없이 담배는 등장한다.
담배를 꺼내문 아휘에게 보내는 보영의 간절한 눈빛.
손을 쓸 수 없는 보영에게 담배를 물려주는 아휘.
그리고 그런 아휘의 어깨에 기대는 보영.
단 한마디의 대화도 없지만 백마디 대사로도 표현해낼 수 없는 두사람의 감정을 이보다 훌륭하게 잡아낼수는 없다.

A Story about reunion.
우리. 다시 시작하자.

아휘가 홍콩으로 떠난뒤 남겨진 보영은 틀림없이 죽어버렸을꺼라고 상상했었다.
확실히 그당시엔(장국영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휘를 떠나있을 때에도 보영의 마음은 늘 아휘옆에 있었을꺼야. 그래서 늘 돌아왔던게지. 아휘없인 살수없어.
그런데. 이게 또 보니까 아닌거라.
물론 당장은 이불도 끌어안고 울고, 아휘가 존재했던 곳들을 맴돌겠지. 외로우니까.
하지만 곧 다른사람을 만나 같은실수를 반복하며 나름 잘 살아갈것만 같다.
요즘말로 하자면 '어장관리'
당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휘에게 100% 감정이입되어 영화의 끝자락에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나도 참. 변했나보군.
하긴. 스크린속의 장국영, 양조위, 장첸마저도.. 참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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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만우절 장난보다도 진짜 제대로된 농담같았던 뉴스.
해마다 4월이 오면 극장에는 매번 흘러간 그의 영화가 걸리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월초의 뜨거웠던 추모열기가 어느정도 식어버린 4월말 목요일의 늦은 저녁.
마지막 타임의 상영임에도 끝까지 함께한 십여명의 사람들.
만일 우리가 이처럼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 그를 그리워한다면,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휘에게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고 속삭이는 보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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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집에 오자마자 질러버린 품목. 충동구매는 절대 아니라고 하고싶네.


Posted by Driftwood